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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보는' 영화, 장애의 벽 부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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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3/10:44 오전 조회 : 1115 |
귀로 '보는' 영화, 장애의 벽 부수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기간 동안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들이 동시에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시각장애인들은 영화를 즐기고 싶어하지만, 화면해설 영화가 부족해 실제로 영화관을 찾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오는 11일과 13일 CGV 센텀시티점에서 각각 상영되는 '거북이 달린다'와 '특별시 사람들'에 40여명 가량의 시각장애인들을 초청, 관람토록 할 계획이다. 시각장애인들은 화면 해설 수신기를 통해 미리 녹음된 해설을 들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2005년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를 상영했으나, 당시에는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관람객 수가 적었다.
피프기간 11·13일 시각장애인 초청 일반인과 관람
화면 해설 귀로 들으며 머리 속으로는 장면 상상
시각장애 아들 둔 엄마 해설가 등 4명 합숙해 작업
그런데, 사물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까? 기자는 이같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았다. 화면 해설 작가, 낭독자와 함께 대형 스크린 앞에 앉았다. 건네받은 자그마한 수신기의 주파수를 맞추고 이어폰을 꼈다. 잠시 '지지직' 잡음이 들리더니 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담배연기가 사라지면서 제목이 뜬다. '거북이 달린다'." 가만히 눈을 감아 보았다. 한쪽 귀로는 화면 해설을, 다른 귀로는 음향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영화 장면을 그려나갔다. 감은 눈 앞에 한 편의 영화가 펼쳐졌다.
화면 해설 작가들은 녹음된 해설과 실제 화면에 시차나 오류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영상 정보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화면해설 작가와 시나리오를 읽는 낭독자, 편집 기술자 등이 필요하다. 화면해설 작가가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거울을 쳐다본다',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친다'하는 식으로 영상을 글로 풀어쓰면, 낭독자가 읽고 녹음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은 정확한 화면 전달을 위해 해당 영상을 수십 번씩 돌려본다. 작가의 감정이나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정보만을 전달하는 게 화면해설의 첫번째 원칙이다.
지난 9월, 4명의 화면해설 작가들은 1주일 동안 합숙을 하며 작업에 몰두했다. 부산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진행자 지성훈씨가 대본을 읽고 녹음했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측이 5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거북이 달린다'의 화면 해설을 맡은 박순옥(43·여)씨는 시각장애인인 아들을 위해 작업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아들 수민이와 영화관에 가면 장면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면 주변에 방해가 돼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없었다"며 "다같이 누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시작했는데, 아들이 비장애인 친구와 함께 영화제에 온다고 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화면해설 작업을 총 지휘한 열린네트워크 이경혜 대표는 "이번 시도는 시각장애인들이 비시각장애인들과 문화 생활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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